장갑판이 있는 게임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콜오브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가 그렇죠.
인간이라면 당연하게도, 총을 맞으면 드러눕는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사실적이고, 전술적이고, 흔히 택티컬하다라고 말하곤 하는, 왜 멋있는지는 설명할수는 없어도, 총기 레일에 달린 덕지덕지 붙은 뭔가 멋진 분위기가 나는 총기 부착물들. 그리고 이곳 저곳을 겨누고 있는 레이저와 방독면, 장갑판으로 무장한 특수요원들.
이것들은 모두 현실적입니다. 진짜 미군이 이런지는 둘로 치고서라도, 뭐랄까 특수요원이라면 정말로 저럴 것 같죠. 사실적인 재장전 모션과 총기 발포음도 이런 하드 FPS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넥슨이 새롭게 출시한 게임인 Project D 또한, 장갑판을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D가(이하 플디) 시스템적으로 모던 워페어를 어느정도 벤치마킹 했다는 건 아마 둘 다 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눈치챘을 겁니다. 장갑판은 물론이고, 미션에 배치될때 몰입감을 주기 위한 배치 컷신이라던지, 같은 점에서요. 그렇지만 많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캐릭터 생긴 것만 해도 그렇잖아요?

확실히 특수 요원처럼 생기지는 않았죠.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모델링에, 예쁘고 귀여운 여캐, 특수 능력으로 핫도그를 먹어서 체력을 채우는 등... 콜오브 듀티에서 이런 캐릭터가 등장했다면(뱅가드 정치적 올바름 논란은 뒤로 하고) 아마 뱅가드 디스코드 채널이 그날로 뒤집어 엎어질걸요?

그래도 뭐, 괜찮아요.
왜냐하면 플디는 현실이 바탕이 된 게임이 아니라 나름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니까요.

좋아요, 그래서 저 위에 나온 루나는 교통사고를 당해서 몸의 절반을 넘게 일어도 뭐 트랜스퍼를 통해서 인격을 바꾸고, 혈소판에 렙톤이 있어서 능력이 있고, 샷건을 잘 쓰고...
소이는 그래서 22살에 엔지니어로, 도대체 언제 대학을 졸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졸업하고 나서 신체 개조를 한 능력자들을 상대로 연구도 하고, 손목에는 렙톤인지 렙톤인지도 있고, 서포트 모드 / 아머 모드 이런식으로 변하는건 알겠어요.
그러니까 전투 준비 시간에, 자칭 특수요원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순간에 가볍게 춤을 추고 스트레칭을 하고 하는 모습이 정말 하나도 몰입이 안 되게 느껴지더라도, 이건 일종의 하이퍼 TPS니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캐릭터마다 스킬이 있고, 능력이 있고, 패시브도 있고... 그러니까 뭐 그렇겠지, 라고요.
우리가 오버워치에서 트레이서가 시간 역행을 하는게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트집을 잡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걸 제대로 받아 들일 수 있는 만큼 게임에서 설명을 잘한 것 뿐이지.
그래서 핍진성(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은 시점에서 객관적인 관측자가 진실에 가깝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이르는 형이상학적 성질)이 정말 너무 떨어져도, 뭐, 그럴 수 있죠. 아직 알파니까. 나중에 추가적인 스토리 모드나 새로운 게임 모드를 추가 해 주겠죠.
캐릭터마다 능력이 다른건 뭐, 괜찮아요. 어차피 나중에 캐릭터랑 스킨 팔아먹으려고 그러는 거 이해하니까.
그렇지만 왜 이러한 설정이 굳이 필요한지, 왜 이 캐릭터가 이런 능력이 있어야 하는지는 과연 제대로 설명했냐면 그것도 아니에요.

우리한테는 이미 나름대로 성공한 하이퍼 TPS인 사이퍼즈가 있죠? 사이퍼즈도 프로젝트 D와 나름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능력자들끼리의 5대5 전투라는 점도 비슷하고, TPS고, 세계관도 있고, 캐릭터마다 능력도 다르고....
하지만 프로젝트 D 와의 차이는 그 캐릭터의 능력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지 / 없는지의 차이가 크다고 느낍니다.
뭣하러 이런 복잡한 설정이 필요하죠?
어차피 플디는 한 라운드의 전투가 2분도 안 걸릴 정도로 금방 끝날 뿐더러(이렇게 금방 끝나버린다는 문제점 때문에 억지로 게임을 7판 4선승제로 설정해버렸죠)
라운드의 종류도 오로지 폭파미션 단 한가지 뿐. 어차피 죽으면 리스폰도 불가능한 폭파미션이라서 억지로 넣은 세계관의 캐릭터의 능력을 라운드 내에 제대로 활용할 기회도 적어요.
그렇다면 오버워치처럼 TTK라도 느리면 모르겠지만(많은 체력 / 낮은 공격력 / 기술의 유무 등) 일반적인 하드 FPS와 다를 것 없는 TTK는 캐릭터의 능력이 있으나 마나한 지경으로 만듭니다.

애초에 개발진도 그걸 아는지, 캐릭터의 능력 자체를 강하게 만들질 않았죠. 자동으로 핑찍어주기, 시작할때 권총 들고 시작하기 등...
소이가 힐을 할 수 있고, 서포트 모드가 있고, 그런 설정과 핍진설을 해치는 거대한 세계관 따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아니 애초에 왜 이게 하이퍼 TPS여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아요.
그걸 추가해서 게임에서 구현해 낸게 뭔데, 예쁜 캐릭터가 춤추는거?
이쁘고 멋있는, 어디서 본 것 같은 모델링 말고,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
새로운 미래 전장 같은건 단 하나도 기대도 안했어요.
그냥 배틀그라운드에 예쁘게 커스터마이징 한 캐릭터를 넣고, 파밍으로 나오는 방어구나 총기류 대신 추가한 상점 시스템에, 서든이나 글옵에서 단 하나도 발전된게 없는 7전제 폭파미션만을 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세계관이 거대한 만큼, 더 대단한 것들을 보여줘야겠죠.
돈으로 수류탄 사서 하루종일 던지는 것 말고, 항공 지원이나 능력 증강이라던가.
배틀그라운드에서 전투를 재밌게 한 사람이라면 게임 자체는 재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건 이 게임이 재밌다기 보다는 배틀그라운드의 전투 자체가 재밌다고 하는게 맞는 것 같네요.
넥슨, 아직 알파니까 괜찮은 거겠죠?
정말요?